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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국일주기
작성자	최윤수	등록일	2000-06-03
차종정보		주행거리	km

어떤 분의 부탁으로 몇해전 혼자서 엘란으로 전국일주했던 기록을 올립니다. 카맨닥터 클럽 성격에 부합되지 않아 눈총받는 건 아닐런지.....*^^* ----------------------------------------------------------------------------****************************************** 정통 스포츠카, 엘란으로 전국을 돌며… ****************************************** 수년전부터 벼르던 계획이라 출발전부터 설레이는 마음이었다. 처음 시행되는 Refresh휴가에 무엇을 할까 고민도 많았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여행을 하고 싶었고, 결국 Elan을 몰고 전국일주를 감행하기로 한 것이다. 결혼 10주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교육때문에 아내가 동행하지 못하는 것이 무척 유감이다. 여보,미안해요~오. *** 첫날. 아침부터 서들러 준비를 마치고 일산을 출발하여 서해안,남해안,동해안에 이르는 2000km의 대장정에 올랐다. 일기예보도 계속 맑고 쾌청하다했으니 하늘마저 도우심 아닌가?! 오늘따라 자유로가 더없이 넓어 보인다. 서부간선도로를 빠져나와 서해안 고속도로에 다다르니 한가롭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장기간의 운전인지라 그래도 서행하며 안전하게 귀향하리라 마음먹고 120km이상은 자제했다. 아니,더이상 밟는것은 불안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초기 선행MP차량 인지라 그동안 차량상태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에어백도 작동이 안되는지 경고등이 들어와 있고, 휠 얼라인먼트가 틀어져 있어 고속에서 차가 마구 휘청거린다. (차좀 손보고 올걸...) 안중IC에서 39번국도를 따라 아산방조제에 이르니 교통체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유유자적 가고 있노라니, 누군가가 옆에서 "빵빵"하길래 돌아보니 인천사시는 삼촌내외분 아닌가. 역시 우리나라는 좁은 땅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내가 판 스포티지가 요즘은 말썽이 없다는 말에 위안을 삼고 아산시로 내달았다. 온양온천에 몸한번 담궈보지 못한채 유구를 지나 백제의 고도 공주를 거쳐,다시 논산,강경을 지났다. 이리를 거쳐 김제,부안에 이르니 벌써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한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이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해저무는 변산반도를 OPEN CAR를 하고 드라이브를 즐겼다. 도로변 포장마차에서 석굴을 까먹으며 홀로 무인도에 지는 해를 바라보는 마지막 손님이 주인아줌마 눈에도 희한했던 모양이다. 갈길이 먼지라 정읍으로 빠져나와 기름부터 다시 채우고 호남고속도로를 내달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며 광주를 지나쳐서 고서IC에서 다시 올림픽고속도로를 타고, 고추장이 생각나는 순창을 거쳐 남원휴게소에 다다랐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이미 문을 닫은 휴게소 어둠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지리산으로 주마가편이라. 흡사 어느 산모퉁이에서 처녀귀신이라도 튀어나와 "만득아!"하고 소리칠 듯 인적이 끊긴 지리산을 구비구비 돌아 정령치 휴게소에 이르렀건만 문닫기는 마찬가지. 저멀리 도시야경과 밤하늘의 별을 보다보니 4000년만에 한 번 온다는 헤일-밥 혜성이 이토록 육안으로 또렷하게 보일 수가. 화엄사를 지나 지리산밑 구례에 도착하니 어느덧 밤10시. 식당에 들러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선지국을 안주삼아 참나무통 한 병을 마시고 여관에 몸을 풀었다. 밤11시30분. *** 이튿날. 아침 일찍 출발하여 화개장터에 도착하니 아침7시. 시원한 재첩국 한사발에 아침밥을 말아 먹고, 다시 OPEN하여 쌍계사로 이르는 화사한 벚꽃길을 드라이브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진작가들의 셔터세례를 받으며 말이다. 멋진 차에 비해 모델이 변변치 못해 죄송. 맑다못해 시리도록 푸른 초록빛 섬진강을 끼고 하동을 거쳐, 드디어 노량앞바다에 도착. 남해대교를 넘으며 이곳이 임진왜란시 요충지였음을 실감하고, 남해의 해변가를 OPEN하고 달렸다. 철이른 상주,송정해수욕장에서 나홀로 백사장을 거닐다보니 아예 이곳에 머물러 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바다가 보이는 남쪽나라가 바로 여기구나 싶다. 남해섬에서는 삼천포까지 가는 배편이 있었다.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아 되돌아서 남해대교를 건너,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휴게소에 들러 점심으로 우동. 마산IC에서 2번국도를 타고 진해로 향하던 중 미시족(?)일행이 계속 뒤를 쫓아온다. 신경은 쓰였지만, 갈 길도 멀고 주머니사정도 여의치 않은지라 급가속으로 따돌리고 장복터널을 지나니, 한 눈에 펼쳐 보이는 바닷가 전경과 무수히 눈발처럼 흩날리는 벚꽃속의 진해가 보인다. 다시 OPEN하고는 시내 한바퀴 돌고 군항제덕분에 해군사관학교 영내도 한바퀴 돌았다. 엘란에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 탓인가, 잠깐씩 몇번 OPEN했는데도 벌써 얼굴이 화끈화끈하다 썬텐이라도 준비해 올 걸. 재개발로 인해 황량한 먼지바람만 부는 을숙도를 지나 부산에 들어가는 길은 왜 그리도 답답하고 멀게만 느껴지던지. 부산시내 교통질서는 서울보다 더 엉망인 것 같다. 정지선 무시에 여기저기 마구 끼어들기에 짜증나는 정체다.(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전국에서 최고로 교통질서가 엉망인 도시란다. 이경규 고향이 부산이라지 아마...) 영도다리를 건너 태종대에 들어서니 숨을 돌릴 것 같다. 등대를 둘러 보고 자살바위에서는 한 번 뛰어내려보고픈 충동도 느껴진다. 아니나다를까, 갑자기 119싸이렌소리에 따라가 보니 어떤 30대 남자가 방금 신발만 벗어놓고 뛰어내렸단다. 절벽에서 시신찾기가 쉽지 않아 119구조대가 애를 먹으며 찾는 걸 보니 죽어서도 여러사람 고생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고속도로를 지나 지하철공사로 엉망진창인 해운대를 빠져나오니, 벌써 날은 저물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해변길을 포기하고 당초 코스를 변경하여 울산,경주를 거쳐 안강에 사는 처제집으로 갔다. 밤11시30분에 들이닥쳐 저녁밥달라는 형부를 수염도 안깎아 마치 임꺽정같다면서도 술상까지 대령한다. 가까이 살면서 자주 이런 대접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 셋째날. 신세진 덕을 앙갚음(?)하기 위해 처제를 옆에 태우고,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화사한 벚꽃길을 OPEN하고 달렸다. 소풍나온 여고생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으며. 안강에서 처제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포항시내를 거쳐 다시 해변가를 누비는 환상적 드라이빙 머신 엘란. 가는 곳마다 푸른 동해바다와 덕장에 오징어와 미역을 말리는 어촌 아낙네들. 유난히 오징어를 좋아하는 아내와 우리딸,소라가 생각나 덕장에서 반말린 오징어 한 축을 샀다. 하지만, 영덕에 이르러서는 이번 여행의 『옥의 티』를 만났다. 엘란을 추월하며 달리는 버스와 트럭들의 종횡무진도 무시하고, 앞차 꽁무니만 졸졸 따라가던 엘란에게 과속이라니. 규정속도 60KPH를 넘어 80KPH라나.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엘란보고 80KPH가 과속이라니, 아니, 60KPH이하로 달리는 차가 이런 직선도로에 어디있다는 말인가? 30분을 실랑이했어도 무용지물. 벌점없는 거라면서 결국 3만원 딱지. 한마디로 『이기 무 이린 기 다 있노, 미친 X.』 떱떠름한 기분을 삭이며 해안선을 계속따라 울진,삼척,동해에 이르는 7번국도는 확장공사로 구간구간이 시원한 4차선이라 휴가철 동해안 교통 소통에 앞으로 도움이 되리라 예상된다. 역시 벚꽃이 만발한 강릉 경포대에서 군시절 그녀(?)와의 추억을 더듬어보고, 주문진,양양을 거쳐 대포항에 도착하니 어느덧 밤이 이슥하다. 새꼬시 한접시에 그린소주 한 병을 비우고 나니, 노곤한 심신은 민박을 찾아 기어든다. 올해는 산오징어가 풍어라고 20마리에 만원이라는데, 먹어보지도 못한채…. *** 마지막날. 해돋이를 보기 위해 5시반에 대포항에 나갔다. 이미 부지런한 사람들이 제법 나와 있었고, 푸른 수면위로 시뻘건 해가 혓바닥을 내미는 모습과 고기잡이 배들이 어우러져 진정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과 건강을 그리고 회사의 발전을 또, 이번 여행이 무사히 끝나길 기원하며…. 사발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설악동에 들어갔다. 이른 아침 여기저기 새로운 하루를 맞는 관광객들의 부산떠는 모습이 흥미롭다. 오늘따라 유난히 돌풍이 심해 OPEN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내겠다. 척산온천쪽으로 가다보니, 어젯밤 운전미숙인지 음주운전으로 그랬는지 고갯길 배수로에 쳐박힌 차가 3대나 나 뒹굴고 있었다. 서울까지 도착하려면 갈길이 먼지라 부지런히 속초,간성,거진을 지나 통일전망대에 이르렀다.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기다렸다가 함께 들어가는 것이 이채롭다. 이때,눈에 띄는 광명시장 임시번호판의 스포티지. 아산 차량실험부 직원이란다. 우리나라 최북단에서 만난 기아인, 그것도 같은 연구소. 다시 한 번 좁은 땅덩어리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강풍으로 인해 시계가 좋지 않아 희미하게 보이는 금강산과 북녘땅.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한반도 전국일주를 할 수 있는 그날이 왔으면…. 동해안 해변가의 무수한 철책이 사라질 그 날이 빨리 오길 소망한다. 토요일이라 서울서 내려오는 많은 차량행렬을 바라보며, 유유자적 구비구비 진부령을 넘는다. 핸들링이 좋다는 크레도스도 엘란의 이 맛에 비할 수야 없으리라. 원통을 지나 소양호를 굽어보며 양구에 이르는 길은 한산하기 그지없어 마치 경기장에서 SLALOM 경주하는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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